17세기 한원당이 조광조에게 가르쳐준 선비의 길
선비는 보배(옛 성황읭 도)를 벌려 놓고서 초빙되기를 기다리고 부지런히 힘써 학문을 닦아 쓰여지기를 기다리며, 충성과 신의를 품고서 등용되기를 기다리고, 힘써 실천함으로써 벼슬자리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들이 스스로를 닦고 있는 것이 이와 같습니다
선비는 기거에 엄격하고 어려움을 두려워하며, 그들의 거동은 공경하고 말은 반드시 신의를 앞세우며 행동은 반드시 알맞고 올바릅니다.
길을 나서서는 편리한 길을 다투지 아니하고 여름이나 겨울에는 따스하고 시원한 곳을 다투지 않습니다. 그의 목숨을 아끼는 것은 소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대비는 이와 같습니다
선비는 금과 옥을 보배로 여기지 아니하고 충성과 신의를 보배로 삼습니다. 땅 차지하는 것을 추구하지 않고 의로움을 세우는 것으로써 땅을 삼으며 재물을 많이 축적하기를 바라지 않고 학문이 많은 것을 부로 여깁니다. 벼슬을 얻은 일은 어렵게 생각하되 녹은 가벼이 생각하며 녹은 가벼이 생각하되 벼슬자리에 머무는 것은 어렵게 생각합니다. 적절한 시기가 아니면 나타나지 않으니 벼슬 얻는 일이 어렵지 않겠습니까? 의로움이 아니라면 화합하지 않으며 벼슬자리에 머무는 것이 어렵지 않겠습니까?
선비는 재물을 탐하는 태도를 버리고 즐기고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며 이익을 위하여 의로움을 손상시키지 않고 여럿이서 위협하고 무기로써 협박을 하여 죽음을 당한다 하더라도 그의 지조를 바꾸지 않습니다. 사나운 새나 맹수가 덤벼들면 용기를 생각하지 않고 그에 대처하며 무거운 솥을 끌이 생기면 자기 힘을 헤아리지 않고 그 일에 착수합니다. 과거에 대하여 후회하지 아니하고 장래에 대하여 미리 점치지 아니하며 그릇된 말을 두번 거듭하지 않고 뜬소문을 두고 따지지 않습니다. 그릐 위엄은 끊이는 일이 없으며 그의 계책을 미리 익히는 법이 없습니다
그들의 행위가 뛰어남이 이와 같습니다
선비는 친근히 할 수 있어도 위협을 할 수 없고, 가까이하게 할 수 있어도 협박할 수는 없으며, 죽일 수는 있어도 욕보일 수는 없습니다
그들은 사는데 있어서 음락을 추구하지 않으며 음식에 있어 맛을 탐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과실은 은밀히 가려줄 수는 있어도 면대하여 꾸짖을 수는 없습니다
선비는 충성과 신의로써 갑옷과 투구를 삼고 예의와 정의로써 방패를 삼으며, 인을 추대하여 행동하고 정의를 안고 처신합니다. 비록 폭정이라 하더라도 그들의 입장을 바꾸어 놓을 수는 없습니다. 그들이 스스로 처신함이 이와 같습니다.
최인호 작가가 쓴 유림에서